내가 그래도 될까 좀 더 기다려볼까

https://youtu.be/5wXEXz6t2Qo

성규, 머물러줘

" 울면서 나도 울면서 너를 보내야 했지. "

아이즈원 채원

천시아
淺矢兒 얇을 천 화살 시 아이 아
生 1992년 2월 15일
삼나무 ; 그대를 위해서 살다.
핑크 지르콘 ; 고통의 완화
167CM 미용 체중 -1

천시아 양궁 수상 기록

> 나무위키 천시아 검색 결과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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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 90회 전국체전 양궁 고등부 금메달 

2010년 제 16회 청소년 양궁 대회 70m 부분 은메달

2010년 제 16회 청소년 양궁 대회 단체전 부분 금메달

2015년 방콕 아시아 선수권 대회 개인전 금메달

2015년 방콕 아시아 선수권 대회 단체전 은메달

2016년 제 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2016년 제 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2017년 로마 월드컵 파이널 개인전 은메달

2017년 로마 월드컵 파이널 혼성 단체전 동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9년 스헤르토헨보스 세계 선수권 대회 단체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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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6, 은메달 4, 동메달 1

조금은 성숙 혼돈선 여전히 맹목적 힘들지 않아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니까* 무미건조 어딘가 무뚝뚝해진 부서지는 파도소리** 외강내유 티는 안 나지만 데인 상처들 물 속 인어공주 무딘 칼날은 찌르지 못하고 난 거품이 되어가***

사랑하는 레플리카, 너는 영영 그 애의 모조품일 테니
그 애보다 널 미워하게 될 일은 없을 거야.¹

우리 이젠...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너와 함께 지냈던 영원의 한조각의 시간들이
내 생에 최고의 보물이야
네가 있어줘서...²

나는 어디에도 살고 있지 않았다.
...
가령 살아,라고 쓰다 사랑,이라고 쳤을 때
언제든 어떻게든 삶은 실수이고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듯이,
내가 글을 쓰는 게 다행인 때가 있었듯이⁴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심지어는 네 이름 석 자도 부를 자격이 없는 건
이번 계절 역시 마찬가지구나
나는 언제까지 너의 뒷모습 안에 갇혀 전하지도 못할 고백과
고해성사만을 이불처럼 뒤집어쓰고 있어야 하는 건지
......
잘 지내는 거지? 마지막 안부 문자를 오늘 날짜에 보내⁵

STEP 1. 2011년 2월 11일. 여름비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끝난 이후, 시아는 4반과 5반 아이들에게 잘 지내.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미련 없이 뒤를 돌아 교문 밖으로 향했다. 20살의 시아는 사라지기 전, 5반 칠판에 졸업여행에서 작성했던 편지를 두고 사라졌다. 그 뒤로 연락도 끊기고 아무도 시아의 행방을 모르는데... 갑자기 2016년. 올림픽 양궁 부분에서 천시아 이름 세 글자가 나왔다. 티비에서 본 시아는 고등학교 시절보다 키가 조금 자랐고 더 말라있었다. 그리고 벚꽃처럼 분홍빛으로 빛나던 머리는 검은색으로 바꿔져있었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주어진 화살을 다 쏘고 당당하게 금메달을 차지하는 모습으로 다시, 우리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To. 4반, 5반.

 

음... 뭐라고 시작을 해야 하지. 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말이 좀 이상해도 계속 읽어줘. 너희가 이 편지를 볼 때면 나랑 인사가 끝났을 때겠지? 왜 5반에만 편지를 붙이고 가냐고 4반 애들이 서운해할 거 같아서 그냥 같이 써. 읽은 너희가 꼭 전해줘. 애들 또 울면 어떡해. 울지 않게 잘 달래주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 유학 가. 언제 돌아오는 건지는 모르겠어. 아마 연락도 잘 안 될 거야. 그래도 양궁은 계속 하니까...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가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양궁도 열심히 할게. 내 고등학교 마지막 1년을 너희랑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 졸업여행도 같이 가고, 엄청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가서도 잊지 않을게. 너희가 날 잊어도... 난 계속 기억할 거야. 그래도 잊지 않아줬으면 하는 건 내 욕심인 건가? 욕심 안 부릴게. 그냥 이런 애가 있었구나. 정도로만 기억해줘. 그러니까...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³ 웃어. 울면 마음 아파. 그리고... 내가 달래줄 수 없잖아. 통보처럼 전해서 미안해. 잘 지내. 가끔 보고 싶을 거야. 

 

From. CSA

STEP 2. 졸업식 이후에 시아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아직도 그대로인 010-3458-9654. 11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울리는 소리는 삐 소리 이후... 문자를 보내면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20살의 시아는 아직 어렸고, 미성숙했다. 동시에 불안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태로운 외줄타기는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여전히 번호는 010-3458-9654, 전화를 걸면 삐 소리 이후... 다만 달라진 점 하나. 문자를 보내면 답장이 돌아왔다. 뜸하게. 잘 지냈냐고 물어보면 잘 지냈다고, 한국에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물어보면 졸업하고 들어간다고 했다. 한 번 만나자는 얘기에는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방학이 되면 시아는 가끔 한국에 들어오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그럴 때마다 늘 제주도에 갔다. 졸업여행에서 머물던 곳은 아니었지만 작은 펜션에서 . 그리고 걸었다. 여전히 물이 무섭고 저 파도가 당장이라도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생각을 안 하려고 계속해서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그렇게 방학 때마다 홀로 시간을 보내고 학기가 시작되기 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STEP 3. 2015년 5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비행기 하나가 들어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손님 중에는 시아도 있었다. 마중 나온 사람은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 도움을 주신 코치님. 2016년 올림픽을 위해서 시아를 데리러 오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시아와 연락이 끊기지 않은 사람. 그렇게 검은 머리 휘날리며 코치님 차에 타고 곧장 태릉으로 향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이유는? 단순했다. 손목 부상을 이겨내고도 난 메달을 딸 수 있다. 너 없이도 내가 이렇게 잘 산다. 이걸 보여주기 위해서.

STEP 4. 21살. 미국 California State University-Fullerton ( 이하, 캘리포니아주립대. ) 국제사업학과에 다니면서 나름의 연애도 하고 지냈다. 대학교는 왜 양궁 관련 학과로 안 갔냐고? 양궁장에 가서 매일 활을 쏘고 있는데 학교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같은 학과는 아니더라고 학교에 한국인 학생들이 많았다. 그 중 시아가 사귄 사람은 하필 소문이 제일 안 좋은 사람. 첫 연애는 아니고 정식으로 하는 두 번째 연애. 연애는 처참히 실패를 했다. 연애를 했던 사람은 프롬 파티에서 시아를 두고 바람이 나버렸고, 그걸 본 시아는 냅다 뺨을 갈기고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다. 일찍 들어가면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차에 오래 있었다. 그리고 계속 울었다. 울고, 또 울고. 그렇게 눈이 붉어질 때까지 계속 울었다. 나쁜 새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내가 너보다는 잘 산다.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 애와 관련된 물건들을 다 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찾은 게 사진 한 장과 스노우볼 하나. 사진은... 졸업식 때 여름비 고등학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시아는 정말 행복한 웃음을 함과 동시에 어딘가 슬퍼보였다. 당연하지. 유학 가는 날이었는데. 그리고 스노우볼은... 제주도에서 선물 받은 것. 물건 정리가 끝나면 시아는 책상 앞 창문 턱에 스노우볼을 올려두고 그 옆에 사진을 넣은 액자를 올려두었다. 사진에는 Я хочу посмотреть. Я же забыл? 라는 문장이 시아의 글씨체로 적혀있었다. 보고 싶다. 나 안 잊었지?

ETC. 시아는 지속적인 운동으로 오른쪽 손목에 부상을 입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양궁보다는 재활 채료에 집중을 했고, 한국에 돌아오기 3개월 전부터 다시 활을 쏘기 시작했다. 아직 치료가 다 된 상태는 아니기에 훈련 시간은 평소의 1/2로 줄였고, 그와 함께 명중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는 10발을 쏘면 10점 8발, 9점 2발. 총 98점이 나왔는데 다시 활을 쏘기 시작하고 나서는 평균 40점이 기본. 가끔 잘 쏘는 날에는 50점에서 60점 사이의 점수가 나왔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슬럼프도 왔지만 그럴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책상 앞에 놓여있는 여름비 고등학교 졸업식 때 찍은 사진. 당당히 돌아가야지. 매정하게 떠났는데 멀쩡한 모습 보여줘야지. 그렇게 계속 훈련과 치료를 병행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기 마지막 날. 10발을 쏜 시아의 점수는... 10점 6발, 9점 3발, 8점 1발. 총 95점.

그렇게 한국에 들어왔다. 2016년 올림픽이 끝난 이후 시아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년 뒤, 미국에서 계속 되던 훈련을 마치고 이제 완전히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게 시아가 남긴 마지막 문자. 그 뒤로는 연락을 할 여유가 없었다. 계속 되는 재활, 그리고 연습. 2021년. 서른이 되던 해에 누군가한테 ( 누군지 모르는 번호였다. ) 한서영과 김여주가 결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졸업여행을 갔던 제주도 그 곳에서 모인다는 얘기. 처음에는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래도... 지금의 넌 나를 보면 반겨줄까, 너희는 나를 기억할까 궁금해졌다. 그렇게 10년 만에. 매정하게 떠난 뒤 처음으로 오랜만에 아이들의 얼굴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好 커피 고양이
不好 병원 슬럼프